고려시대 어느 날, 궁정에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왕이 새로운 놀이를 제안했다.
“신하들아, 오늘은 나와 함께 공놀이를 해보자.”
왕의 말에 신하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공놀이가 아니라 왕의 기분을 맞추는 놀이가 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중, 가장 충성스럽기로 소문난 신하 송구백이 앞으로 나섰다.
“전하,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겠사옵니다!”
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다, 송구백. 내게 공을 던져 보거라.”
송구백은 왕에게 공을 던지려 했으나, 순간 긴장이 밀려왔다.
“만약 공을 잘못 던져 왕의 얼굴에 맞히기라도 한다면...?”
그의 손은 덜덜 떨렸고, 결국 공은 왕의 발치로 굴러갔다. 왕은 공을 내려다보며 헛기침을 했다.
“음, 송구백. 공은 이렇게 던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
다급해진 송구백은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왕은 이 말을 듣고 순간 멈칫했다. 곧이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송구하옵니다라니, 이 얼마나 재치 있는 말인가!”
그때부터 신하들 사이에서는 공놀이를 할 때마다 “송구하옵니다”를 외치는 것이 전통처럼 자리 잡았다. 궁정은 그날 이후로 더욱 웃음이 넘치는 장소가 되었고, 송구백은 재치 있는 신하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은 훗날 “미안합니다”라는 뜻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