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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채소들로 가득한 '비타민 밭'에는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무씨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항상 차분하고 말수가 적어, 다른 채소들 사이에서 “감정이 없는 채소”라고 불리곤 했다.

“무씨는 웃지도 울지도 않아. 정말 무뚝뚝해!”

그런 무씨가 어느 날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상한 소문에 궁금해진 채소들이 무씨를 찾아갔다. 가장 용감한 고추씨가 앞장섰다.

“무씨, 소문이 이상해. 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무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말도 안 돼. 난 눈물을 흘리지 않아. 난 그냥... 무뚝뚝할 뿐이야.”

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씨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이를 본 배추씨가 외쳤다.

“저거 봐! 눈물이잖아!”

무씨는 황급히 눈을 닦으며 변명했다.

“이건 눈물이 아니야. 그냥... 그냥 밭에서 물 뿌릴 때 튄 거야.”

그러나 채소들은 믿지 않았다. 결국, 당근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씨, 진짜로 무슨 일 있는 거면 말해봐. 우리끼리니까 솔직히 말해도 돼.”

무씨는 잠시 침묵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너무 외로웠어. 날 보는 사람들마다 항상 무뚝뚝하다고 놀리기만 하고, 아무도 내 속마음을 물어봐 주지 않으니까.”

그 말을 듣고 고추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울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 사실은 네가 무뚝뚝하다고 소문난 게 더 속상했던 거구나.”

무씨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맞아. 나도 감정이 있는 채소인데,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서 힘들었어.”

채소들은 무씨를 위해 특별한 날을 만들기로 했다. 그날 이후, 매년 ‘무의 날’에는 모든 채소들이 무씨에게 감사를 전했다.

“무씨 덕분에 국물이 시원해졌어!”

“무가 없었으면 우린 김치로 완벽하지 못했을 거야!”

무씨는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친구들. 이제는 정말로 무뚝뚝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이후, 비타민 밭은 더 푸르고 행복한 곳이 되었다. 무씨도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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