뺙- 뺙-
"병아리 한 마리 500원. 한 마리 500원."
"아저씨, 저기 제일 큰 애로 주세요."
"예, 500원입니다요. 잘 키워서 꼭 닭까지 보거라."
그렇게 시연의 집에 가게 된 것이었다. 샛노랗고 조그마한 병아리의 이름은 시연의 고민 끝에 나리가 되었다. '개나리'의 '나리'. 나리를 집으로 데려간 시연은 이런 걸 왜 사 왔냐며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엄마아, 우리 집 마당에서 키우면 되잖아, 응? 내가 매일 밥도 주고 똥도 치울게. 다 크면 알도 낳고 잡아도 먹고 얼마나 좋아! 키우자, 응? 엄마아."
시연의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전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단 말 한 마디 없던 시연이 돌연 병아리 한 마리를 데려왔으니. 그것도 상의도 없이 문방구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500원에 사 왔으니 골치가 아팠다. 시골에 있는 마당 딸린 집에서 닭, 아니 병아리 한 마리 키우는 것이 대수일까 싶어 키우도록 허락했다. 단, 엄마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도록 할 것. 시연은 방방 뛰며 좋아했다. 당장 쌀알을 쪼아먹는 나리가 귀여웠다. 짧은 다리로 쫑쫑 뛰어다니는 모습하며, 뺘악- 우는 목소리까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였다. 병아리 한 마리에 이리 좋아하는 시연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흐뭇해졌다. '저 병아리 살면 얼마나 살겠어'라는 엄마의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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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두 계절이 흐르고 쌀쌀한 겨울이 찾아왔다. 시연의 집마당에는 여전히 나리가 살고 있었다. 예전의 샛노랗고 조그마한 모습은 아니고 어엿한 성계의 모습이다. 나리가 불러주는 아침 알람에 눈을 뜬 시연이 나리의 밥을 챙기러 마당으로 나왔다. 잠옷 위에 롱패딩만 걸쳐입고 슬리퍼만 신고 나온 시연의 입에서 입김이 모락모락 솟았다.
"많이 먹어, 나리야. 근데 너는 안 추워?"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은 자신도 이렇게 추운데 깃털 몇 개(?)에 둘러싸인 이 작은 아이는 얼마나 추울까, 어린 아이의 순수한 발상이었다. 나리가 쌀알을 쪼는 모습을 쭈구려앉아 지켜보던 시연은 무언가 깨달은 듯 집안으로 들어가 나갈 채비를 했다. 분홍색 리본이 달린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
한 시간쯤 지나 시연이 집에 돌아왔다. 시연의 얼굴은 추위에 상기되어 두 볼이 빨개져 있음과 동시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시연의 손에는 사람의 옷은 아닌 것 같은, 아주 조그마한 옷이 들려져 있었다.
"나리야 선물이야!!"
그렇다. 시연이 사 온 것은 강아지용 옷이었다. 옷을 입히려는 시연에 나리는 열심히 저항해 보았지만 소녀의 열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나리에게 그 옷은 생각보다 작았다. 옷 모양대로 몸이 눌려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리는 옷을 어떻게든 벗어보려 애를 썼지만, 혼자서의 힘으로는 벗을 수 없었다. 작은 옷에 아등바등하는 나리를 보며 시연은 나리가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뿌듯하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시연의 뒷모습을 보며 나리는 외쳤다.
"꼭끼오!!!!!!!"